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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펌하는 者의 심리에 대한 단상 - 뒤집어 보기.

| 분류: 정리된 생각 | 최초 작성: 2006-08-08 04:43:46 |

2008년 2월 20일. 추가함.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서 몇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나는 이 글의 어디에도 "의무"라는 표현을 쓴 바가 없다. 대신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와 반대로, 저작자의 "권리" 라는 용어는 직접적으로 사용했다. 권리의 대칭되는 표현이 의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소위 컨텐츠 생산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의무"라는 것과 등치하여 놓고 있지 않다는 점을 독자제위께서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 글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의무"가 아니라, 인터넷이 갖는 정보공유의 측면을 생각할 때, 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카피 앤드 페이스트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이 정도의 노력-"책임"-을 컨텐츠 생산자들이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마땅한 표현이 없어서 그렇게 적었지만, "책임"이라는 표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 여기서 불펌이란, 공지 또는 약관으로 "퍼가지 마세요." 라는 의사표시를 명백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Copy & Paste를 해대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인터넷상의 중생들의 행위를 의미한다. **


소위 말하는 불펌이라는 것을 열심히 해대는 사람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사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전형적인 답은 금방 나온다. 소유욕, 과시욕 등등.
이런 건 사실 불펌 이전에, 별 필요도 없으면서 뭔가 보이기만 하면 열심히 다운로드를 눌러대는 와레즈 다운로드族들에게도 그대로 갖다 붙일 수 있는 해설(?)이겠다.


저런 뻔한 이야기 말고,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안정한 것들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어떠한 컨텐츠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이 그 자리에 계속 존속할 수 있을 지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오늘 A라는 사이트에 A'라는 컨텐츠가 등록되어 있다고 할 때, 그 사이트를 방문하여 A'라는 컨텐츠를 찾는 자가 생각하기에, 그 A'라는 컨텐츠가 다음번 방문시에도 거기에 존속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공식적인 사이트가 아닌 (운영자 개인에게 그 운영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인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의 경우 더욱 심하다. 운영자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 어떠한 이유에서든 - 운영자가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고, 어떠한 심리적인 또는 물리적인 트러블(홈페이지에 관련한)에 직면한 관리자가 모든 게시판과 컨텐츠를 뒤집어 엎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홈페이지 관리자의 의지가 아닌, 해당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는 서버측의 사정에 의하여 모든 데이터가 날아갈 수도 있다!)

물론 대중적이고 흔한 정보 - 어디서든 조금 검색을 해보면 찾을 수 있는 - 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 혹은 객관적이건 주관적이건 특정 블로거만 생산해낼 수 있는, 혹은 생산하고 있는 독창적인 - 컨텐츠라면 어떨 것인가?

이 부분에서 컨텐츠 생산자와 수요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컨텐츠를 "소유"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계속 향유하고 싶은 수요자의 심리와, "원하지만 다시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불확실성 사이에서, 결국 끝도 없는 "자기 영역으로의 퍼나르기"의 단초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컨텐츠 생산자 - 이름은 참 거창하게 붙였지만, 실상 인터넷 상에 홈페이지 등의 공간을 마련해 놓고 이렇게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기타 등등의 모든 활동을 하는 모든 자는 웹상의 컨텐츠 생산자다 - 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컨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 생산자들1)에게 더욱.

나도 사실 여러 번 게시판 자체를 교체하는 등의 삽질을 하면서 유실시킨 자료가 많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지만, 모든 웹상의 컨텐츠 생산자는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비슷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법에 의해서 보호되는 중요한 '권리'이다. 거기에 어떠한 설정을 하건 그건 저작자의 자유다. 자신이 생산한 컨텐츠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저작자에게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의지에 의해 '만인이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게시하였다면2),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하여, 그 컨텐츠를 할수 있는 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그 반면의 책임이 아닐까 한다. 자신은 별 것 아닌 컨텐츠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정확히 그러한 컨텐츠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자들도 어디엔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애써 검색엔진을 동원하여 원하는 컨텐츠를 찾았는데, 그것이 단지 검색엔진의 캐시에만 남아 있는, 이미 죽어버린 자료라면 자료를 찾는 이는 얼마나 김이 빠지겠는가.)

특히 최근의 개인 매체의 경향이 점점 블로그로 흡수되어 가는 - 물론 우리나라의 블로그 문화는 그 원류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단순히 개인 홈페이지의 네트워크화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 상황에서, 그 네트워크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수단인 "트랙백"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열심히 떠들어댄 자료의 영속성은 훨씬 더 중요해진다. 트랙백은 단지 특정한 컨텐츠로 향하는 링크만을 담고 있는 아주 소극적인 - 그리고 일방향적인 -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컨텐츠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는 풍토에서는 효과를 보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지기 때문이다.3)

물론 위의 논의는, 단지 과시욕과 소유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공간을 '펌'로그나 '펌'페이지화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웹상의 컨텐츠의 권리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까지도 본의 아니게 '약관 위반' 내지 '공지 위반'을 하게 만드는 웹상의 컨텐츠 생산자들의 풍토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이러한 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 뭐라고 뭐라고 심각한 듯 길게 써댔지만, 사실은 자료를 찾다가 겨우 찾은 링크들마다 "삭제된 자료입니다." 어쩌고 에러 메시지만 돌려주는 상황에 혼자 열받아서 쓴 글에 불과하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지는 말아 주시길. 하지만 이 문제 의식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과 소통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


1) 사실 특정한 포털이나 그룹 내에서 활동하는 컨텐츠 생산자들의 경우, 그 컨텐츠의 영속성은 그들 자신에 의한다기보다는 그가 소속된 그룹이나 포털 서비스의 영속성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물론 모종의 사건에 의해 상처받은 자가 자기가 썼던 글 다 지우고 떠나버리는 경우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 문제는 특히 개인적인 컨텐츠 배포처를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나 개인 블로거들에게 특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2) 인터넷에 어떤 컨텐츠를 등록하면서 '나 혼자 보기 위해서' 등록하는 경우는 실상 별로 없을 것이다(최소 1명 이상의 특정 혹은 불특정의 다른 컨텐츠 향유자를 항상 전제하지 않는가?). 만약 '나 혼자 보기 위한' 것이라면, 그 컨텐츠에 대한 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므로,(애초에 그럴 거면 인터넷상에 등록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컴퓨터 내에서 낮잠을 재우겠지.) 그런 정보들은 처음부터 검색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어서 이 문제의 논의와는 무관하다.

3) 블로그의 본질적 모습을 한참 벗어난 네이버 블로그의 "퍼가기"버튼[소위 블로그의 '펌'로그화를 촉진한 그야말로 악마의 버튼이다.]을 개탄하면서도, 그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어떤 비난을 가하기가 영 어려운 것은,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 쉽게 쓰고, 쉽게 지우는 - 웹상의 풍토를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이것이 오늘도 여전히 Copy & Paste를 해대고 있는 수많은 펌로거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확실히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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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엘 님께서 2006-08-08 23:32:09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게시물의 저작권문제도 엄청나게 미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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