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니에 대한 단상 - 테일즈에 달았던 답글.
| 분류: 정리된 생각 | 최초 작성: 2003-07-30 03:09:09 |
주) 이 글은 테일즈에서 "아주 잠깐 동안" 있었던 (너무 간단하게 의견이 정리되어버려 싱겁기까지 했던) 소위 귀여니의 글에 대한 논쟁에서 필자가 달았던 정리글이다. 답글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부분은 다른 글에 대한 인용으로 시작하나, 별 의미는 없다.
처음에는 덧글로 달기 시작한 글인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관계로 모두 지우고 답글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빗자루님의 "독자층에 대한 이해"라는 부분은 단순히 원론적인 지적으로 생각됩니다만, 맞는지요?(설마 귀여니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논거로써 저런 용어를 사용하시지는 않으셨으리라 맏습니다.) 귀여니의 성공(? 아직은 성공인지 의심스럽습니다만 그런 말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수 종의 아류소설들까지 등장시킨 점을 볼 때 성공이라고 불러도 무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은 그 "독자층"들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파고듦으로써 성공한 사례라고 보아야 할 테지요. 단, (빗자루님의 덧글에도 저와 같은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성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저 역시 (당연하게도) 부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귀여니의 이러한 행위를 용인할 수는 있습니다. (제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단,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문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그리고 자신을 "소설가" 내지는 "문학가", 내지 그 "지망생"으로 자칭하지 않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이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적어도 글을 쓰는 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인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모티콘 도배와 대화문만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귀여니의 소설들은 적어도 언어 자체에 대한 진지함은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자기 손으로 자신의 도구인 언어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 (그렇기에 저는 '감히' 글을 쓰는 자라면 언어 자체에 한해서는 한없이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귀여니의 행동은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로써, 적어도 글을 쓰는 자로써는 자격 미달입니다.
누군가 이야기하는, 이모티콘도 언어라고 볼 수 있는가(혹은 이모티콘의 상용을 언어의 변천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한글에 새로운 문자세트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써 받아들이기 곤란하며, 극히 "일부" 계층의 승인을 얻은 (그나마 그 계층 내에서도 끊임없는 반발을 사고 있는) 기호를 언어로 승인할 수 없고, (기타 이유는 많습니다.) 그런 등의 이유에서 이모티콘을 하나의 언어로, 혹은 언어의 변천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일부의 전향적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그에 대한 필연적 결론으로써, '문학'이 "'언어'를 이용하여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귀여니의 작품들은 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굳이 그 자리를 잡아주자면, "일부 고정적인 계층의 기호를 (설사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하더라도!)상업적으로 이용한 통속 잡문(=낙서)" 정도로 자리잡아 주면 적당하겠습니다. (통속 "소설"이라는 지위조차도 부여할 수 없습니다. 통속소설도 '소설'로 이름붙일 수 있는 이상 엄연히 문학의 범주에 편입되어야 합니다. 순수문학계에서는 이들을 철저히 무시 내지는 외면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라고 봅니다.)
물론 그러한 "통속 잡문"도 당당히 글로써 출판될 수 있고, 또 책으로써 판매될 수 있습니다.(그것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아울러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상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감히 "문학"내지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설사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윤리적 관점 - 언어에 대한 진지함을 약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속인 언어를 파괴하는 데 일조 - 의 비판이나, 문학적, 언어적 관점에서의 비난 - 차마 비판 내지 비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겠습니다. - 은 그 '잡문'의 '제작자'로써 당연히 감수해야만 하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귀여니가 "이러한 종류의 글도 문학에 편입되어야 한다.", "이모티콘도 언어이다.", 더 나아가 "소설 창작에 반드시 언어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문학적인 엄숙주의는 타파되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한다면, 이는 그 자신이 합당한 이유를 들어서 주장해야 할 성질의 것입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자신에 대한 비평을 단지 "골치아픈 말"이라고 매도해버리는 것은 비평자가 비평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작금의 논의가 글 자체에 대한 것으로부터 귀여니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입니다. 물론 그 추종자(?)들에 대한 인격적 비난 역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빠순이"나 "빠돌이"라는 언어 자체가 다분히 언어폭력적인 성향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고립/배제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그들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라면 그 비논리적인 부분을 비판하거나, 그래도 그들이 소통을 거부한다면(비논리적인 이유로 그 의견의 접수조차 거부하는 경우) 소통을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저 역시 이 사례에 대해서 심정적으로는 인신공격적 비난이라도 퍼붓고 싶습니다만, 그것은 언론의 자유의 영역을 벗어나 명예 훼손의 영역에 포함될 소지가 다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