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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났으니 이제 편하게 쓸 수 있겠다 - 병역비리의혹 촌극 단상

| 분류: 정리된 생각 | 최초 작성: 2012-02-22 20:37:51 |

이 글에는 어떠한 라이센스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다른 곳에 전재할 수 없고, 인용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 글은 순수하게 필자의 생각을 적은 글로써, 어떠한 사실도 보증해 주지 않습니다.



거의 한달 내내 시끄러웠던 병역비리 논란의 대미는 - 예상대로 - 허무개그였다.

1.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통해 신체등급을 판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의 한 형태로서 병역의 의무를 지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임무는, 만약 어떤 자가 현역으로 복무하기에 부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진 자라면, 병무청이 가지는 공신력으로써 이를 확인하여 주는 임무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체조건이 현역으로 복무하기에 부적합한 자라도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다른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스스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여 자신의 신체적 흠결을 입증해야 하는 수치스러운 절차 없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을 통해서 이를 인정받고 스스로 떳떳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신체검사의 절차를 거쳐서 보충역 내지 병역면제의 처분을 받았다면,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사실 병역의무자 본인에게 어떠한 행동을 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만약 그러한 행동을 병역의무자 본인에게 요구한다면 이것은 스스로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식의 전근대적 마녀사냥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신체검사제도의 다른 한 축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의문이 제기되었을 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병무청이다. 신체검사 당시의 적법한 기준에 의해 병역의무자에게 적법한 처분을 하였음을 해명해 줌으로써 보충역 또는 면제처분을 받은 의무자를 사회의 마녀사냥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병무청의 임무이자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법제도상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개인의 신체 및 건강에 대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로써 아무리 정부기관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하거나 확인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한 달 넘게 이어진 병역비리 의혹에 있어서 정말로 병무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아무것도 없었을까. 이런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보충역 판정을 받고 사회복지시설에서 2년 15일간 공익근무요원으로써 일한 내 입장에서는, (뭐 그럴 일이 있기야 하겠냐마는) 혹시라도 나에 대한 병역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을 때 그에 대해 병무청이 나를 마녀사냥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도무지 믿음을 가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2.

반대로 생각하면, 병역의무자 자신에게 있어서도, 보충역 또는 면제처분을 받은 사실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숨기고 싶은 치부이거나 컴플렉스가 된다. 웬만한 흠결로는 보충역 처분조차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속된 말로 "얼마나 병신이면 국가가 병신이라고 공인까지 해주냐"는 편견을 받기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자신이 어떤 사유로 현역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는지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이 현역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조차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한 달 넘게 공개신체검사에 응하지 않은 박주신 씨의 행동이 나는 오히려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들과 다른 특이한 체형이나 체질은 일반적으로는 숨기고 싶은 치부의 하나다. 그런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떠밀려서 전국민을 상대로 공표해야 할 의무가 그에게는 없었다. 단 하나, 그의 가족이 사회고위층 인사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결국은 공개신검에 "떠밀려서" 응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어버렸다. 지금 한 번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의 덧글을 한번 살펴보라. 그의 그런 특이한 신체조건을 한갓 웃음거리나 놀림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덧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마도 공개 신검 자체로 인한 1차적인 상처 못지 않게, 이러한 2차적인 폭력으로 인한 상처 역시 상당할 것이다. 아마 그 상처들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평생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상처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박주신 씨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면, 잠재적으로 같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연대의식 때문일 것이다.


3.

국회의원 강용석. 사퇴하겠다고는 했지만 현재의 국회의 난맥상 때문에 아마도 한동안은 사퇴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니, 오늘 이 순간 이후로도 한동안 국회의원의 직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칭하여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대학에 같은 학과를 나왔으니 어쨌거나 선배임에는 분명한 사실이고, 똑같이 공부했는데 나는 몇 년째 헛발질만 하다가 결국 떠나온 사법시험을 학부 재학중에 합격한, 대단히 명석한 사람임은 분명한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서 치명적인, 언어에 의한 성추행 및 그에 대한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의 혐의를 받고 지금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분명히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법률가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실격이라고 본다. 사석에서 있었던 언어적 성추행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그에 대한 점수를 깎는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 비록 한 판의 짜고 친 고스톱이기는 했으되 - 개그맨 최효종에 대한 고소 사건과, 그 이후의 그의 언행 때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로서, 그가 2심 판결의 결과에 내심 억울했을 수 있다. 정상적인 법과대학 2학년을 마친 법학도라면 모를 수가 없는, 소위 "집단(집합명칭)에 대해서 명예에 관한 죄가 성립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시한 바 있는 (필자가 알기로 유일무이한) 사건인 일명 "3.19 동지회 사건[대법원 2000.10.10. 선고, 99도5407 판결]" 에 비추어 본다면, 그의 그런 발언만으로는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명예훼손죄 내지 모욕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마 그는 1심에서부터 내내 이 판례를 들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사건의, 그것도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형사사건의 피고인으로써 이런 재판결과가 억울할 것이다. 다만 이는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적용의 문제이므로 그는 적법하게 대법원에 상고하여 다툴 기회가 남아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의 결정으로 위 판결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면, 결국에는 대법원에서 그가 이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재판부에서 있었던 민사소송의 결과도 그의 승소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후에 그가 보여준 행동은, 내 기준으로 볼 때 과연 그가 법을 공부한 자가 맞는가 의심스러웠다. 자신에 대한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의 행태를 풍자한 한 개그맨 - 최효종 - 을 동일한 죄목으로 고소했다. 최효종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변호사이기에 너무나도 잘 알았을 그다. (이론적인 논의이지만, 설사 강용석에게 집단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더라도 최효종에게는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는 법논리도 구성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지 자신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로 최효종을 고소하는 일단의 "쇼"를 연출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의 전공인 법을 한갓 도구로 격하시켰고, 신성한 법정을 모욕하고 희화화했으며, 또한 대한민국 법조계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비록 법률가의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법률을 공부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로써, 그의 이름 앞에는 더 이상 "법률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정치인으로서도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에게 어떤 정치철학이 있는지 모를, 단지 그는 직업정치인으로써 단지 국회의원을 계속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예 대놓고 그렇게 떠들고 다닌다. 정치인으로서의 치열함이 단지 직업으로써 정치를 계속 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정치관은, 과연 그가 국회의원으로, 혹은 후에 공직자로서 얼마나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혹자는 결국 정치인으로서 살아남는 것이 정치판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내가 그리는 정치란 것은 그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당장 내 주변에, 그렇게 말할 것 같은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주관적인 판단"에는 정치인으로서도 실격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판 이후로 그야말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마치 현대판 홍길동인 것처럼 이런저런 문제제기와 고소고발을 해왔지만, 나에게는 그런 그의 활동 역시 "진정성 없는, 단지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묻지 말아주기 바란다. 개인의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모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내가 그의 지역구에 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의 당락에 영향을 끼칠 일은 (그가 서울특별시장이나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는 한)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그에 대한 평가를 바꿀 이유는 되지 못한다.

아마도, (의사들마저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게 만든) 소위 "특이체형"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병역처분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본다면 그는 이번에도 이 부분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은 - 그 자신이 법률전문가이기에 - 피해갈 수 있으리라 본다. MRI의 입수경로에 대한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것은 의료법을 위반하여 그에게 의무기록을 건네준 의료인을 처벌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건네받아 행사한 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어서(이 부분은 혹 다른 법률에 처벌규정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형사적 책임도 자유롭다고 본다. 결국 어쩌면, 그는 정치인이자 자연인 강용석으로서 이 사건에서 아무것도 잃은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걸로 된 것일까? 만사가 그렇게 잘 풀리기만 할 것인가. 나는 정말 모르겠다.


4.

모든 것을 제쳐두고, 모 포털의 덧글에서 심심찮게 내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영 마뜩찮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모 당 알바인지, 아니면 투철한 정치적인 신념을 가진 자연인일 뿐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다지 흔치 않은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 그렇게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을 자기 이름을 걸고 써나르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진짜로, 혹시 내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내 주민등록번호로 만들어진 아이디가 또 있는지 검색까지 해 봤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아, 진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자들과 동명이인인 분들의 비애를 내가 느끼게 될 줄이야. 혹, 이름이 같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명예감정의 훼손을 이유로 하는 위자료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 태그: 박주신, 병무청의 역할, 강용석, 병역비리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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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니리 님께서 2012-02-23 18:30:47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우선, 나는 강용석 '전'의원의 의문 제기는 그럴 수 있다고 봐. 그렇게 생각할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었고, 그 판단이 옳다면 국회의원으로써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봐. 의혹제기 자체까지 뭐라고 하면 안되는 거지. 문제는 현정권에 반대하는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이 현정권 아래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병역비리가 저질러졌다고 생각했다는 거지.

이 부분이 이 사건에서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말이야.

'말라보이는 체형, 허리디스크인데 정상적인 생활, 의대교수도 동의 vs. 현정권 아래에서의 병역비리?'라는 구도와 '화려한 부활 vs. 정계 은퇴 압박'이라는 리워드/리스크에서 저 '현정권 아래에서의 병역비리?'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그 근거가 뭐겠냐는 거지. 뭐, 사람 마음 속이야 어찌 알까마는 나의 이 '작은(!!!)' 머리로 생각하건데, 자기와 박원순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강용석 '전' 의원은 그런 사람이라는 거야. 이게 자칭 보수라는 수구꼴통들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라는 거지. '털면 다 똑같은 놈들이 지들만 깨끗한 척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게 아니라면, '화려한 부활'이 너무나 매력적인 리워드라서 자신이 짊어져야할지도 모르는 리스크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망각했던 거지.

다시, 강용석 '전' 의원의 입장이 되보면, 그 행동은 그 분이 처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예측 가능할 정도'로 순수했다고 볼 수 있겠지. 나는 이렇게 예측 가능한 사람들이 새머리당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믿어. 나는 이런 사람들 좋아해. 보고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서...

법을 배운 사람이 정의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착한 것도 아니니 특정 직업이 추구하는 최소한의 미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뭐, 실망했다느니, 잘 모르겠다느니, 이런 것을 고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오.

아. 강용석 '전' 의원이 외치고 싶었던 구호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 같다....

"적장! 물리쳤다!"

□ 저니리 님께서 2012-02-23 18:36:29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아, 이 사건의 다른 측면은 '정봉주법' vs '나경원법'에서 '나경원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역할을 했다는 거야. 강용석 '전' 의원이 이기면 말 그대로 적장을 물리친 거고, 반대로 져도 어느정도 '나경원법'이 힘을 받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싫든 좋든 강용석 '전' 의원은, 어차피 쓰고 버리는 말이었겠지만, 사건 자체를 놓고 보면 손해볼 게 없는 장사라는 거지.

정말 대단해. 아무나 못하는 일을 뒤에서 누가 이렇게 기획하는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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