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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홈페이지를 고집하는 이유.

| 분류: 정리된 생각 | 최초 작성: 2006-01-10 03:22:36 |

0.

넷상에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이 갖는 의미는 아마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곳에 오는 사람이면 다들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의미는 백이면 백, 다 조금씩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큰 의의는 넷상에서의 아이덴티티 문제이겠지만.) 뭐, 요즘은 그런 공간을 만들기도 참 편해졌다. 블로그니, 미니홈피니, 기타 그 비스무레한 서비스들이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으니까.

1.

뭐, 이 곳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블로그나 미니홈피로 옮겨간 사람들이 꽤 된다. 사실, 그런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편하긴 하다. 일부 서비스들은 한 단계 발전한 스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해서, 사실상 스크린 전체를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교체해버릴 수도 있게 하고 있다. 예전같이 하나 혹은 몇 개의 고정된 디자인 셋을 그저 선택하기만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다.

2.

나한테도 몇몇 사람들이 블로그로 옮기지 않을거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다. 우선 시간이 없기도 하고, 시시콜콜 다 작성해 줘야 하는 페이지들의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기도 하다. 보안문제도 신경쓸 필요 없고, CGI에서 수시로 내보내는 500 Error와 싸울 필요도 없다.(게시판을 제외하고, 나머지 CGI와 Page들은 모두 내가 직접 작성한 것들이다. 그 게시판마저도 스킨은 거의 개작수준의 수정을 거친 것들이고.) 결정적으로, 돈이 안든다! 이 계정이 한달에 5천원씩 꼬박꼬박 나가는 계정이고, 거기에 도메인 유지비 1년에 만 얼마씩 계속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이걸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결코 작지 않다.

오케이. 나도 그런 장점들을 모르지 않는다. 특히 지금의 나에게 중요한 시간의 확보 측면에서 그것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게 되는 일이다. 그런데.... 결단코 말하건대 난 그런 서비스들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 왜?

3.

우선 하나. 기업체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나 미니 홈피 서비스에 대한 궁극적인 반감이 있다. 난 지금도 2001년의 프리챌 사태를 잊지 않고 있다. (핀트는 약간 벗어나지만 하나 더 덧붙이자면, 2000년도의 인터피아 사태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들이 서비스 유저들의 데이터를 볼모삼아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다.

기본적으로, 기성의 서비스들의 경우,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데이터에 대한 통제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의 불안정에 대비하여 백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도 않고, 원하는 형태로의 가공도 힘들다. 심지어는 해당 서비스 내의 게시물에 대한 사용권이 해당 사업체에게 중첩적으로 유보된 경우도 있다. (싸이월드의 페이퍼 사건이 바로 얼마 전 일이다.) 무엇보다도 무료 서비스들의 한계는, 그것이 언제까지 제공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기존에 그 곳에 보관되어 있던 게시물들은 그야말로 복구불능의 사태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설사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각 계정에 대한 게시물 백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글쎄?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기업들이 문 닫는 마당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대개 쉽게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가 아니다. (아마도) 극히 일반적인 형태의 텍스트 파일이거나, 아니면 해당 회사에서 사용하던 고유의 포맷 그대로일 수도 있다.

정리하자. 내가 작성하는 데이터는 의심할 나위 없는 나의 재산이고 추억이지만,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기성의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한, 그것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

4.

데이터의 통제 문제 이외에도 문제는 있다. 기성의 서비스들은 그야말로 기성복과 같다. 많이 쓰이는 서비스들을 정형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은 나에게 꼭 맞지는 않는다. 또한 정형적인 서비스라도 나의 사용용도나 목적, 취향에 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극도로 일반화된 정식은 어떠한 경우에도 커스터마이즈를 보장할 수 없다. 세상에 "표준화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면 옷을 수선해야 하는 것이 정도이지, 몸을 옷에 맞추는 것이 정도는 아니다.

5.

사업체와 유저의 사이에서의 데이터의 통제 문제를 3에서 다루었지만, 그 문제를 이제 페이지 운영자과 방문자의 관계로 그 초점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는 특히 블로그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 애초에 블로그라는 시스템 자체가 공개를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시물의 공개 수준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에게 공개하고 싶은 글, 일부 내 가까운 이들에게만 공개하고 싶은 글, 특정인에게만 공개하고 싶은 글, 혹은 오직 나 하나에게만 공개된 글.... 이런 다양한 공개수준 설정을 기성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이는 블로깅 문화 자체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약간 변질된 탓도 있다. 애초에 블로그라는 매체의 용도는 위에서 열거한 순수한 개인홈페이지 용도로 쓰기에는 부적합한 것이다. 오히려 블로그의 진정한 힘은 그것이 완전히 공개되고, 또한 많은 이들에 의해서 링크될 때에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블로그가 아닌 다른 1인 매체들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소위 1촌 기능은 이러한 부분을 일부 구현한 것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Level의 세팅은 읽기 레벨 뿐만 아니라 쓰기 레벨에서도 필요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블로그의 경우 그 곳에 "글"을 쓰는 자는 오직 운영자 뿐이다. 방문자들은 단지 운영자의 글에 답글의 형식으로 글을 달 뿐이다. 물론 나의 블로그로부터 트랙백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의 블로그에 쓰는 글이지, 그 쪽에 쓰는 글은 아니다. (국내의 몇몇 블로그에서는 이러한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아예 기본 서비스로서 블로그 한쪽 구석에 "방명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의 블로그의 용도와는 약간 동떨어진 기능이지만...)

6.

잡설이 길었지만, 결론을 내보자면 그런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목적에 따라 Customize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직접 그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내 능력이 닿는 한 나 스스로 내가 생산한 데이터를 내 관리범위 안으로 통제하는 최선의 방법 역시 그것이다. 원래부터 내 것이지만,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역시 같다. (데이터를 원하는 방식과 형태로 가공하기 쉽다는 점은 내가 게시판 CGI로서 이지보드 2000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 물론 그에 대한 기회비용은 시간과 비용과 노동(코딩)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그러한 기회비용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고, 나에게 있어서의 주관적 편익은 그 기회비용의 크기를 충분히 상회한다. 이것이, 내가 아직도 홈페이지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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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te 님께서 2006-03-02 18:20:32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트랙백 납치. 동감하는 바가 많으므로 뱀발은 안달겠어 ~_~

□ 성화 님께서 2006-01-10 10:27:27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난 개인적으로 블로그 문화가 현재까지는 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개인이 거주하기 위한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생각해. 뭐 싸이월드는 그 목적성이 상당히 특징적이니까 별개로 치고. 혼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할 거라면 애초에 키보드 말고 연필을 잡으면 될 일이고,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인터넷에 개인이 자기만의 공간을 가졌을 때 일차적인 욕구는 자기 목소리의 실체화, 즉 포스팅이 되겠고 그 욕구가 충족되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피드백이 있어야 그 일차적인 욕구도 비로소 완전해 지는 게 아닐까. 하나의 글을 올리면 얼기설기 연결된 줄을 타고 지인 혹은 타인,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의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이 시스템. 나는 이 블로그 문화가 결국 고급지식이 축적되는 또 하나의 DB가 되리라고, 또 현재도 그런 기능을 적잖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뭐 블로그 100중 99는 아직까지는 지인들간의 사담을 나누는 공간이나 말 그대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는 공간이지만서두. 뭐 개인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라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다음 세대의 인터넷 문화는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잘 모르겠지만 불특정 다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지적 수준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거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블로그의 최고최대의 의미이자 가장 큰 효용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결론은 난 블로그 안하고 싸이한다-_-

⇒ 부엉이 님께서 2006-01-10 17:06:52 에 답글을 작성하셨습니다.

성화형 // 블로그의 목적과 이상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말씀대로 개인홈페이지의 형성모습은 블로그적인 상호 얽힘이라는 기능과 함께, 순수한 개인 공간이라는 목적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고, 후자 역시 전자의 기능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네 개인 인터넷 이용의 현실이지요.(역시 말씀하신대로) 대한민국의 블로그가 "펌로그" 내지는 "사담로그"의 형태로 대다수가 발전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원래 블로그의 목적과 이상이 지금 실현되고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 큽니다. 더구나 -_-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의 저급성을 생각하면 더욱 끔찍하지요. (뭐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실은 아닌 듯 합니다. -_-)

□ pluto~★ 님께서 2006-01-10 14:45:54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면 옷을 수선해야 하는 것이 정도이지, 몸을 옷에 맞추는 것이 정도는 아니다. -> 님하..군대는 안그렇... -_-;;
이것저것..내가 생각하고 있는데 표현 못한 말들은 다 있구만. 코딩도 모르고, 소스 퍼오기나 하는 수준이지만서도 낑낑대며 그 많은 데이터며 짐들을 옮기고 이사를 다니거나 하는건.. 역시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서일까..(프리챌은 잊지않겠다-┏ 이고..)
ps. 아리아 재미있게 보고 있수. 역시 애니 전에 만화가 먼저로군.

⇒ 부엉이 님께서 2006-01-10 17:08:31 에 답글을 작성하셨습니다.

amipluto // 언젠가는 쓰고 싶었던 글인데, 마침 계기가 되어서 결국 썼다... 그리고 아리아는... 그럴 줄 알았수 :-)

□ 권 님께서 2006-01-11 11:19:27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그 고집도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여하간 홈페이지에 블로그를 설치해 볼 생각은 없수 -ㅅ-? 설치형 블로그라면 꽤나 여럿 나와있으니... 여하간 소통의 욕구가 그리 강하지만 않다면 말이야 그냥 혼자 자신의 컴퓨터 속으로 침잠해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리네..

□ 권 님께서 2006-01-12 01:14:27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http://stl.dongascience.com/susang/work_2005_02t.asp <-- 시간되면 이글이나 읽어봐 꽤나 재미있다고.. :)

□ kkaenda 님께서 2006-01-31 20:17:18 에 작성해주셨습니다.

copy,,,,,

⇒ 부엉이 님께서 2006-02-03 15:28:12 에 답글을 작성하셨습니다.

인영// 가져가도 상관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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